#멀티프로필 #가족관계 #디지털소통
가족과의 소통이 ‘카톡 프로필’ 하나로 단절되는 시대가 됐습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아내가 시댁과 남편에게만 멀티 프로필을 설정해둔다”는 사연이 확산되며, 가족 간 신뢰와 개인 사생활의 경계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24일 국내 주요 커뮤니티에는 “아내의 카카오톡 프사(프로필 사진)”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되었습니다. 글쓴이 A씨는 “아내가 멀티 프로필을 설정해두고 본(메인) 프로필 사진은 자주 바꾸면서, 나와 시댁 쪽에는 늘 같은 사진만 걸어놓는다”며 “가족끼리 이러는 게 맞나 싶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며칠 전 어머니가 ‘얘는 카톡이 하나도 안 바뀌네’라고 하시더라”며 “혹시 섭섭하실까 봐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내가 시댁 쪽에는 따로 멀티 프로필을 걸어둔 거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소한 일 같지만 이런 식으로 폐쇄적인 행동이 반복돼 스트레스가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A씨의 사연은 하루 만에 수천 건의 댓글을 기록하며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논쟁으로 번졌습니다. 많은 이용자들은 “멀티 프로필 설정은 개인의 사생활 방어일 뿐”이라며 아내를 옹호했습니다. 한 누리꾼은 “시댁이나 가족이 프로필 바뀔 때마다 간섭하고 잔소리하는 경우가 많다. 미리 차단해 두는 건 지혜로운 선택”이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나도 가족, 직장, 친구별로 프로필 다르게 쓴다. 프사 하나로 감정 소모하는 게 바보 같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일부는 “배우자와 가족에게까지 멀티 프로필을 쓰는 건 신뢰 문제로 보일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회사나 지인에게는 이해되지만, 남편이나 시댁에게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는 건 관계를 일부러 차단하는 느낌”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또 “시어머니가 며느리 카톡 프사 바뀌는 걸 보고 말하는 것도 웃기지만, 그걸 숨긴다는 것도 문제”라는 중립적인 시각도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단순한 ‘프로필 설정 문제’를 넘어, 디지털 시대 가족 간 소통 구조의 변화를 반영한 현상이라고 분석합니다.
이은경 가족심리상담사는 “멀티 프로필은 본래 ‘상대 맞춤형 소통 도구’로 시작됐지만, 실제로는 ‘불편한 관계를 피하기 위한 방어 장치’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시댁·부부 사이의 감정적 거리감이 이미 존재한다면, 멀티 프로필이 그 경계를 더욱 명확히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문제는 이런 디지털상의 거리두기가 오프라인 관계의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며 “가족이 서로를 배제한다고 느끼면 오해와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 카카오톡 ‘멀티 프로필’ 기능은 2022년 도입된 이후 사용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회사 동료, 거래처, 가족, 친구 등에게 서로 다른 프로필 사진과 상태 메시지를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최근에는 ‘가족 차단용’, ‘시댁 회피용’, ‘배우자 피로 방지용’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습니다.
SNS 여론 분석에 따르면, ‘멀티 프로필’과 ‘가족’이 함께 언급된 게시물의 64%가 “사생활 보호” 또는 “관계 피로 해소”라는 긍정적 이유를 언급한 반면, 23%는 “가족 간 신뢰 저하”를 우려하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지은 디지털문화연구소 연구원은 “디지털 세대는 관계를 ‘끊는 것’보다 ‘관리하는 것’을 택한다”며 “멀티 프로필은 감정을 직접 표현하지 않고도 관계의 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그는 “가족 간에도 기본적인 신뢰가 유지되지 않으면, 이런 기술적 장치는 오히려 불신의 벽을 두껍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멀티 프로필은 신뢰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선택”이라는 의견이 우세했습니다. 한 이용자는 “서로의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시대는 지났다. 가족이라도 온라인에서는 각자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했고, 또 다른 이용자는 “가족이 프사 하나로 섭섭해한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결국 이번 논란은 ‘멀티 프로필’이라는 작은 기능을 둘러싸고, 가족 간 사적 공간의 의미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됐습니다. 디지털 시대, 가족 간의 진정한 소통은 ‘서로의 프사’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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