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현실과 국민 여론을 외면한 채 추진되는 폐지 논의에 커지는 의문
이재명 정권 출범 이후 국가보안법 폐지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범여권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900여 개 시민단체와 함께 국가보안법 폐지를 공개적으로 추진하며 해당 법을 시대가 낳은 괴물이고 더 이상 존속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명분으로 내세운 이 같은 기조는 겉으로 보기에 개혁 담론처럼 보일 수 있으나, 최근의 안보 현실과 사법 판단, 그리고 국민 여론을 종합해 보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북한의 대남 공작이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은 여러 사법 사례를 통해 확인되고 있습니다. 최근 민주노총 전 간부가 북한 문화교류국의 지령을 받아 조직 내부에 비밀 조직을 구성하고 캄보디아와 중국 등 해외에서 공작원을 접촉한 혐의로 징역 9년 6개월의 형이 확정된 사건은 그 대표적 사례로 거론됩니다. 이 사건은 북한의 대남 전략이 여전히 조직적이고 은밀하게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구체적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사법부의 판단 역시 국가보안법의 존치를 뒷받침해 왔습니다. 헌법재판소는 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 국가보안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유지해 왔습니다. 북한의 적대적 전략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고,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형사 입법은 국제적으로도 보편적인 장치이며, 국가 안보를 위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최소한의 제한은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논리가 반복적으로 제시돼 왔습니다. 이는 국가보안법이 단순히 과거 냉전의 산물이 아니라, 현실 안보 환경을 고려한 제도적 장치임을 의미합니다.
국민 여론 또한 폐지보다는 유지를 지지하는 흐름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8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논란이 많은 국가보안법 제7조의 찬양 고무 선전 선동 처벌 조항에 대해서도 다수의 국민이 유지 의견을 밝혔습니다. 더 나아가 응답자의 60퍼센트 이상이 현재도 간첩 활동이 존재한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간첩 수사권을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다수를 차지했습니다. 이러한 여론은 국가안보에 대한 불안과 경계심이 여전히 사회 전반에 존재함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이 사회적 합의 과정 없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밀어붙이는 모습은 국민 정서와 상당한 괴리를 보인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국가보안법을 없애서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 그 정책적 목적과 방향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안보가 군사 영역을 넘어 첨단 산업 기술과 공급망, 사이버 공간과 정보 전쟁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오늘날의 환경을 고려하면, 기존 제도를 보완하고 강화해도 부족한 시점에 오히려 핵심적 안전장치를 제거하려는 시도는 불필요한 오해를 자초할 소지가 있습니다.
세계 각국이 산업과 군사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안보 체계를 재정비하고 있는 흐름과 비교해 볼 때,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는 국제적 조류와도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가보안법의 취지 자체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제도를 정비하고 인권 침해 우려를 최소화하면서도 실질적인 안보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국가 존립에 있어 국가 안보만큼 중요한 가치는 없다는 점은 여야를 넘어선 공통의 전제여야 합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둘러싼 논쟁이 이념적 대립이나 정치적 계산의 도구로 소비될 것이 아니라, 냉정한 현실 인식과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성숙하게 다뤄져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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